일본 취업이 필요했던 계기
퍼포먼스 마케팅이랑 뷰티 마케터로 일본 취업하고 꽤 오랫동안 일을 했었다. 꽤나 레어한 케이스가 될 지도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학창시절부터 혹은 유학생으로서 일본으로 와 생활에 스며들고 일본 취업을 하여 일을 하고 있는 한국인 포함 외국인들은 많이 있지만 자국에서 몇 년간이나 퍼포먼스 마케팅 커리어를 잘 쌓아가다가 30세가 넘은 나이에 돌연 어느 계기로 일본에 와 언어를 기초부터 배우고 자국에서의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는 일본 취업을 하는 케이스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나도 처음엔 이게 될까라고 생각했고, 아니 아예 생각도 안하고 남편을 따라 주재원 아내로서 여기에 왔다.
- ‘그냥 딱 2년만 아무 생각말고 쉬자’
- ‘그 동안 열심히 했고, 때마침 번아웃이었어. 너무 잘됐다. 일본어나 좀 배워서 돌아가면 좋겠네’
그냥 이정도의 마음가짐으로 꽤나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컸던 나는, 8년간의 퍼포먼스 마케팅 경력을 잠깐 중단하고 일본으로 왔다.
한국에서의 경력 8.5년
< 한국에서의 경력 총 8.5년 >
- 편집샵 머천다이징/마케팅 2년
- 소비재 외국계 대기업 3년
- 뷰티 외국계 대기업 3.5년
일본에 갔었던 2021년
당시 코로나 시기였던 탓에 (2021년 11월) 예외적 허가 케이스로 비자를 받아 들어왔고, 10일 동안 나리타 공항 근처의 아주 한적한 호텔에서 격리 생활을 했다.
뒤돌아보면 다신 없을 천국같은 시간이었던 듯. 만병의 근원인 회사는 그만두고 나라를 떴고, 앞으로 뭐 할지는 정해져 있지 않고 그냥 뒤도 없고 앞도 없는 오픈 마인드 – 오픈 월드 그 자체
게다가 도쿄의 11월은 왜 이렇게 따뜻한가.
히라가나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야근에만 시달리다 무작정 떠나온 이 곳에서 아주 많이 설레는 마음으로 히라가나/가타카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떤 방법으로 공부를 하는게 제일 효과적일까? 성미가 급한 한국인인 나로서는 효과적이고 빠르게 일본어 습득을 하고 싶었고 하루빨리 이 낯선 사회 속에서 익숙하게 일상을 보내는 내가 되고 싶었다.
퍼포먼스 마케팅 일본 취업
언어 튜터링 PREPLY
그러다 찾은 이 사이트
PREPLY
일본어 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언어 튜터링 사이트인데 가격대별, 시간대별, 튜터의 국가별, 러닝의 니즈 등등 다양하게 내 조건을 필터링해서 튜터를 고를 수 있다.
난 그 중 스페인에 살고 있는 일본인 여자 선생님을 선택했고 다행히 스타일이 너무 잘 맞아서 그 분과 거의 7-8개월을 같이 공부했다.
나는 종이에 쓰고 따라 말하고 단어를 외우고 이렇게 정직하게 한국 스타일로 공부를 해야 기초레벨에서 빨리 습득을 하는 편이라 매일 숙제를 하고 단어를 외워서 테스트를 받으면서 주 3일을 거의 매주 꾸준하게 해 냈다.
사실 도중에 혼자하는 온라인 클래스가 좀 지겨워져서 3개월 정도 동네에 있는 일본어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 경유로 유학비자를 받아서 온 20대 초반의 학생들이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수업을 참여해서 수업 분위기도 별로 액티브 하지 않았고, 수업 진도도 나의 니즈에 비해서는 너무 느리게 진행되어서 여러 좋은 교재들 정도 잘 소개받았다 생각하고 다시 온라인 수업에 집중했다.
그러고
- 2022년 7월 JLPT N3급 합격
- 2022년 12월 JLPT N1급 합격
현지에 살면서 1년 집중 (내맘대로) 커리큘럼으로 JLPT 미션은 일단 완료.
일본어 공부 팁 – 교재
하나의 추천은 한국인이라면 역시 한국 일본어 교재로 공부하는게 최고인 듯.
난 이미 일본에 오고나서 공부를 시작한지라, 일본 내에 출판중인 JLPT 책들로 공부를 했는데 한국어 베이스로 한국인의 관점에서 잘 만들어진 일본어 책으로 공부했더라면 언어의 뉘앙스나 컨텍스트 부분에서 좀 더 탄탄하게 이해하면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도 퍼포먼스 마케팅 업무를 포함해 실생활에서 부딪히면서 배운 언어는 정말 광범위하고 생각보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어원을 비롯해서 발음도 의미도 겹치는 게 너무 많고 일본인의 한국인 공부보다 한국인의 일본어 공부가 훨씬 유리하다.
특히 발음 부분에서 한국어는 정말 위대하다. 영어도 그렇지만 일본어의 모든 발음을 한국어로는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일본어는 표현할 수 있는 발음이 매우 제한적이다.
최근에 회사 동료들이랑 얘기하다 발견하고 박장대소한 공통 단어 ‘중2병’ (中二病 chu-ni-byo) 일본어도 똑같이 중2병 단어 그대로다. 여기도 중2들이 똑같은 병을 앓고 있을 줄이야.
일본어 공부 팁 – 인토네이션
그리고 언어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건 바로 ‘인토네이션’ 영어도 내가 몇십년간 한국에서 배운 걸 그대로 영어 네이티브 국가에서 쓰면 커뮤니케이션이 스무즈하게 되지 않은 경험을 많이 했다.
대부분의 경우 이유는 단어나 표현의 문제보다는, 인토네이션 – 즉 문장의 높낮이와 연음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서로간에 단번에 이해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일본어는 인토네이션 강조에 따라 의미가 바뀌는 단어들도 꽤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네이티브들의 말하기를 많이 따라하면서 높낮이는 베이스로 깔고 공부를 해 나가는걸 추천한다.
그래서 유하다요 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구직 활동은 링크드인
2021년 7월 경, 일본에 온지 약 8개월 즈음 되었을 무렵부터 생활이 조금씩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낮 시간에 쇼핑도 가고, 카페에 가서 시간도 보내고 새롭게 무언가를 경험하는 걸 늘 좋아했던 나여서 이런 시간들도 그저 즐겁기만 할 줄 알았다.
이렇게 1년도 안돼서 퍼포먼스 마케팅 일이 하고 싶어질 줄이야.
링크드인 활용
그때부터 일본의 외국인 구직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쳐보기 시작했다.
유학생도 아니었고, 나를 스폰서쉽 해준 유학원도 없었고, 그냥 배우자 비자만 가지고 입국한 나의 구직활동을 서포트해 줄 곳은 없었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구글링부터 시작했다.
한국인을 타겟으로 한 일본 취업 사이트들도 몇 있었지만, 나같은 문과생 직종은 해당이 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외국인 + 영어 메인 커뮤니케이션으로 가능한 직종은 IT 개발직이었다.
노답일까, 라고 생각하던 순간 등록은 해 두었지만 한국에서 이직할 땐 그다지 사용해본 적 없는 LinkedIn이 떠올랐다.
https://www.linkedin.com/feed/
업데이트한 영문 이력서를 베이스로 퍼포먼스 마케팅 프로필을 업데이트했고, ‘활발한 구직활동 중’ 으로 상태 업데이트를 해 둔 후, 지역은 Tokyo/Japan으로 설정해두었다.
그때부터 여러 리쿠르터들의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거의 50:50으로 브랜드 회사 소속의 리쿠르터들과 헤드헌팅 회사 소속의 리쿠르터들로부터 컨택이 왔는데 보통 내 프로필을 보고 연락이 오면 관련 오픈 포지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30분 정도 리쿠르터들과 캐주얼 인터뷰를 한다.
현실적인 나의 조건
나의 조건은 3 가지
- 현재 가족체재비자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일본 취업비자를 신규 발급하는데 회사의 서포트가 필요
- 일본어 (당시 7-8월 경이라 N3만 취득)를 공부는 하고 있으나 비즈니스 레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어를 메인으로 일 할 수 있는 곳
- 도쿄가 아닌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이 걸리는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남편 주재원 지역), 신칸센 비용 교통비 지원이 필요 (하루 왕복 약 1만엔)
회사 입장에선 꽤나 부담스러운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긴 외국이고, 어차피 이 중 하나라도 불가하다면 나에게 퍼포먼스 마케팅 취업의 선택지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처음부터 오픈하여 설명했다.
예상된 결과 10명의 리쿠르터와 캐주얼 인터뷰를 진행했다면 그 후 면접을 진행해보자고 연락이 오는 곳은 1-2곳뿐.
그 1-2곳도 회사랑 얘기해보니 비자 신규발급과 신칸센 지원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면접을 진행해보자라는 것이지, 그 조건이 가능합니다 라고 처음부터 얘기한 곳은 없었다.
면접 진행은 영어
또 나는 마케터였기 때문에 글로벌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어차피 일본에서 일한다면 일본의 로컬 마케팅이 되기 때문에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일본어는 당연히 필요했다. (마케팅 클레임, 사내외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와의 업무 등)
아직 리딩을 하는 직급도 아니었기 때문에 피플 매니징에 대한 경험이 있다거나, 데이터나 툴을 전문적으로 만질 줄 아는것도 아니어서 더욱이 ‘영어로만 일하겠습니다’ 가 잘 설득이 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에서의 마케팅 팀을 생각해봐도 딱히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마케터를 어디다 써먹을지 막막할 것 같긴 하다.
그래서 최대한 글로벌 기업의 리전 팀이 있거나, 본사가 있는 곳 위주로 지원을 했고 운좋게도 일본에 글로벌 헤드쿼터가 있는 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마케팅 팀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 1차 면접
PPT 인터뷰로 퍼포먼스 마케팅 브랜드 관련 주제를 1주일 정도 전에 공유받아서 15분 정도 발표할 수 있도록 PPT 슬라이드 준비, 프레젠테이션을 하라고 했다.
주제가 꽤나 광범위한 비즈니스 목표라 일단 Strategy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3C analysis 를 베이스로 총 8장 정도 슬라이드를 만들었다. 인터뷰어는 브랜드 내 각 프랜차이즈 담당으로 2명의 마케팅 디렉터와 1명의 상품개발 디렉터, 총 3명이 참가했고 15분 프레젠테이션 + 15분 Q&A + 30분 그 외 면접 질문들로 진행했다.
- 2차 면접
VP와 또다른 1명의 마케팅 디렉터가 들어와서 총 2명의 인터뷰어와 1시간동안 여러 면접 질문을 받으면서 대화를 진행했다.
1차 2차 모두 기본 영어로 모든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1차에서 잠깐 일본어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요청했고, 뒤돌아보면 그때 말한건 …. 정말 터무니없는 일본어로 캐주얼하기 그지없는 자기소개였던 것 같다.
결국 이 회사에서 글로벌 마케팅 팀은, 말 그대로 글로벌 본사이기 때문에 영어가 사내 공용어여서 크게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 후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합격 소식을 받고 HR 매니저와 여러 조건들을 조정한 후 오퍼레터를 받았다. 그리고 당연히, 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에 오퍼레터에 사인을 했다. 모든 전형이 끝이 난 시점이 9월 말이었고 (구직시작부터 약 3개월)
마치며
입사는 12월 중순.
그 사이에 비자 발급과 여러가지 보험신청 등 서류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결론은, 퍼포먼스 마케팅 포함해 해외 일본 취업에서 LinkIn은 필수의 플랫폼인 것 같다. 덕분에 2-3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여러 포지션들을 센싱해볼 수 있었고 낯선 해외의 마케팅 구직시장도 컴팩트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각 국가에 로컬의 다른 리쿠르팅 사이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구직자와 헤드헌터, 브랜드 회사 이렇게 3자가 모두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서로의 프로필을 처음부터 공유하고 오픈된 포지션들을 실시간으로 탐색할 수 있는 이점은 정말 크다.
해외 취업을 원한다면 지금 바로 링크드인을 업데이트하길 추천한다. 아주 정성스럽지만 잘 읽히도록 심플하게, 나만의 퍼포먼스 마케팅 커리어 경쟁력을 키워드로 잘 만들어서.
1 thought on “퍼포먼스 마케팅 일본 취업 上 일본어 PREPLY, 면접 링크드인”